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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이야기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겪게 되는 연인과의 문제#공감#나조차 나를 모르는데

by 알피네(al_fine) 2020. 5. 25.

  2018년 가을에 연인과 싸우고 쓴 일기다. 지금은 이제 헤어진 그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다. 태어나서 본 사람 중에 가장 이성적인 사람이랄까. 심리검사를 함께 받아봤는데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1프로에 속하는 성격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능력도 출중한 편이었는데 문제는 공감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했다. 그 사람이 너무 좋으면서도 나의 감정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느낄 때마다 무너지고 화를 내곤 했다. (그 사람은 소시오패스는 아닌 것으로 판명받았다. 그리고 나에게 정말 잘 해줬다. )

  우리는 취준생이었고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나로 인해 그사람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내가 그사람을 괴롭혔던 것 같아서 미안하다.

[2018년 가을...]

맨날 힘든 거 없냐고 하면 없다고 하는 사람이라서..힘든 거 말해봤자 무슨 소용있냐고. 그럴 시간에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라서. 나는 항상 별 것도 아닌 것도 힘든 사람이니까. 그런 너의 말이 날 더 힘들게 한다고 화만 내면서 정작 나는 배려하지 않았네. 

그 사람도 공부해야 하는데, 내가 애정이 받고 싶다고 통화를 한시간 반씩이나 하고...

나 왜 그랬지

힘들다고 이야기를 안 할 뿐. 어쩌면 이 사람도 그 때의 나처럼 힘들다고 하는 건 소용없다. 열심히 노력해서 빨리 극복해야지라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힘들다고, 그만두고 싶다고 말해버리면 오히려 이상해져버릴까 버티고 있을 수 있는데.

나는 모든 게 힘들고 어렵고 복잡하다. 이제 그만 힘들고 싶은데. 내가 주변을 또 힘들게 하고 있었네. 나만의 선이 뚜렷하지 않아서. 선을 항상 순간순간 감으로 지탱하며 지켜야 했고. 가끔씩 힘들다고 에라 모르겠다고 선을 다 뭉개버렸던 거 같다. 선을 갈고닦자. 그리고 제발.. 운동 쉬지 말자. 폭염도 가셨으니, 내일부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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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쪽이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이 아니더라도 연인 사이에 '공감'때문에 싸우는 경우는 많을 것이다. 몇 번의 연애에서 실패해보면서, '공감'과 '동감'은 다른 것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해서 싸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주로 남자들이 이 부분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공감해달라'는 말은 무조건 내 의견에 동의해주고, 나와 같은 감정을 느껴달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이라는 한자처럼 그냥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고 누군가에게 나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함께 해달라는 뜻으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그냥 함께 느껴주는 것. 이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 옆에 있어주고, 그랬구나라고 그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그 감정이 부정적인 것이라면 소화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연인이 힘든 이야기를 하며 공감을 바라는 것 같다면, 섣불리 무슨 이야기를 하거나 화제를 돌리려고 하지 말고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네가 그 감정에 대해서 말이든 눈물이든 뭐로든 다 쏟아내고 조금 괜찮아질 때까지 내가 옆에 있을게. 하고 싶은 말 다 해 봐. 

물론 여기서 힘든 이야기를 하는 쪽이 상대방에게 꼭 답을 원하거나 구체적인 의견, 입장을 바란다면 그 또한 갈등의 시작이 될 수도 있긴 하다.^^;; (반성한다... 나 자신)

 공감을 바라는 입장에서는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감정을 모두 이해해야하는 것은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슬프지 않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이 두가지를 연인 모두가 잘 이해하고 있다면 공감 문제로 싸우는 일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긴...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 경험상 운동을 쉬면 우울증, 무기력증이 심해졌다. 우울증이나 무기력으로 힘드신 분들은 꼭 운동을 하시길 권한다. 

 

글이 너무 삭막한 거 같아서 직접 찍은 사진에 의미를 부여해서 첨부해보겠다. 아직 덜 핀 해바라기 꽃이다. 해바라기꽃이 보고 싶다고 억지로 펼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그저 말없이 따뜻한 햇빛이 비추는 방향 그대로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나겠지. 사람의 마음도,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인위적으로 뭘 하려하기 보다는 따뜻한 햇빛과 인내의 시간을 보내자. 그 방향으로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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