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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이야기

바바리맨, 불쾌와 수치를 넘어 칼을 든 사람을 봤을 때의 공포다...(#성적빡치심 #성도착증환자

by 알피네(al_fine) 2020. 8. 17.

 며칠 전 태어나서 처음 바바리맨(바바리는 안 입고 있었지만 성기노출과 자위행위를 하는 사람 통칭)을 만났다. 

 

처음에는 그냥 노상방뇨를 하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우산을 푹 내리고 모른 척 지나가려는 나를 

 

야야야 나 딸딸이 친다 야야 

 

하며 불렀을 때 그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비는 오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씨씨티비도 없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희화화되었던 장면에서는 여배우가 꺄악 소리를 지르고, 손가락으로 눈을 가렸지만 틈새를 만들어서 볼 건 다 보는... 그런 장면이었지만. 실제로 그 상황을 1대 1로 마주했을 때, 숨소리하나 낼 수 없었다. 

 

다행히 그 때 길로 차가 지나가는 틈을 타서 빠른 걸음으로 주변 마트에 들어갔다. 외진 곳이라 마트도 300m 가량을 걸어가야 했는데 혹시라도 전화를 하는 모습이 들키면 내게 해꼬지를 할 까봐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로 부모님과 경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며칠이 지난 지금도 매우 기분이 좋지 않은데, 겨우 10만원 정도의 벌금형이 내려질 것 같은 지금 법과, 주변 남자지인들의 반응 때문이다. 

 

 남자지인들의 반응은 이랬다. 

 "음 너가 잘못 본 거 아니고? 대낮에 그랬다고? 대낮에? 왜?" -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는가?

 "아 그냥 미친놈이네. 잊어버려." - 경찰에 신고를 하고 진술을 몇번씩 반복해야 했으며 그 충격에 기억이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음 너 남자 벗은 몸 본 적 있지 않아?신체적 접촉은 없었잖아?"  

 평소 주변에 다정하고 배려심이 넘치던 지인이었기에 그의 반응에 탄식이 나왔다. 순간 화가 났지만 차근차근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1. 살면서 칼 많이 봤지? 그런데 네가 길을 가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고 칼 들고 널 부르는 사람을 마주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칼이 무서운 걸까, 상황이 무서운 걸까? 네가 무섭다고 신고했는데, "칼에 찔리지는 않으셨죠? 아마 그 사람도 찌를 생각까진 없었을 거에요." 라고 웃으면서 얘기한다면 너는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을 수 있겠니?

 

 

2. 내가 자칫 잘못해서 그를 자극하는 행동을 했다면....? 성도착증환자들은 자극이 충분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대. 

 

3. 먼저, 내가 힘든 건 남자의 벗은 몸을 봤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그 사람이 나를 불렀고, 그거 자체가 위협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야. 내가 덩치가 작은 여자라는 걸 그 사람이 충분히 인지했고 그랬기 때문에 의도가 다분했다는 것이 너무 불쾌하고 두렵게 느껴져.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모욕당했다는 느낌이라고.

 

4. 성적 수치심도 성적 수치심이지만, 생존에 대한 위협 그 자체를 느꼈다는 걸 네가 이해하길 바래. 너의 소중한 사람이 공포스러운 경험을 했을 때 무신경함으로 상처주고 그들과 멀어지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야.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277&aid=0004482740

길 가는 여성에게 바지 벗고 '음란행위'…바바리맨 그들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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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는 여성에게 바지 벗고 '음란행위'…바바리맨 그들은 누구

기사입력 2019.06.12. 오후 2:38 최종수정 2019.06.12. 오후 2:42

이들은 주요 신체 부위를 보고 놀라는 여성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성도착증으로 점차 강한 자극을 원하다 욕구 해소가 안되면 성폭력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경찰서 진술서도 쓰러 가야 하고, 국선변호인도 만나야 하고... 혹시나 범인이 내 신상을 알고 보복할까봐도 두렵지만 더 큰 범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나는 앞으로 꽤 많은 시간을 써야 하겠지....  신체적 접촉도 없었고 밀폐된 공간도 아니었다는 이유로 내가 느끼는 공포심과 분노는 유난으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나... 해야 한다고 느껴지는 일은 해야지...

 

최근 본 기사 중에 정말 공감하는 기사다. 내가 설사 남성들을 상대로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는 왁서일지라도, 바바리맨을 마주치는 일이 아무렇지 않을까? 성적 빡치심에 대해 모두가 알아야 한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2508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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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 수치심’은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지만, 이 표현이 실제로 쏟아진 건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성적 수치심은 2010년대 들어 판결문과 기사문을 타고 일상으로 스며듭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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