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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당에서의 정전

by 알피네(al_fine) 2018. 1. 4.

르당 아일랜드 리조트에 묵은 지 이틀째... 스노쿨링을 한 번 하고 났더니 아주 만족스러웠고, 식당 뷔페도 익숙해져서 새로운 맛도 느끼고 나의 행복 곡선은 기분좋게 상승 중이었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형광등 불빛이 오락가락하더니 이내 팍 꺼져버렸다. 


나 : 응 뭐지... 정전됐나 봐.

물개 : 그런가보네. 곧 켜지겠지 뭐. 예비전력 있지 않을까? 

나 : 섬 전체가 정전인걸까 아니면 여기만 정전인 걸까

물개 : 설마 전체가 정전일라구...


꽤 시간이 지나도 불은 다시 켜지지 않았고 직원 분들은 초를 켜 주셨다. 


물개 : 낭만적이네. 밥 끝까지 먹고 우리 방 가자. 

나 : 그래...


다행히 곧 불이 들어왔고 숙소에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었지만 다음 날 날이 밝고 비바람으로 인해서 우리 숙소 근처 큰 나무가 넘어졌고, 그 바람에 전선이 끊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직도 잘 이해는 안 간다. 정전이 됐었는데 그건 회복이 됐는데 통신은 두절됐다??)


나 : 어? 나 핸드폰 안 먹네.

물개 : 아예 통신두절됐나 봐. 유선전화 연결도 안 된대.

나 : 응???

물개 : 외부업자를 불러서 고쳐야 하는데 아예 외부랑 연락이 안 된다는데? ㅋㅋㅋㅋ

나 : 응???

물개 : 뭐, 죽기야 하겠어. 어차피 리조트 소속 배 있으니까 그걸로 내보내주겠지. 


당황스러웠지만 어차피 폰은 숙소에 버려두고 스노쿨링하러 갈 계획이었으니 예정대로 스노쿨링을 하러 갔다. 가는 길에 넘어진 나무들을 톱으로 자르고 계신 직원 분들이 보였다. 


나 : 아빠 까빠르~(안녕하세요)

직원 분들 : 아빠 까빠르~ 


환한 미소들^^ 신기했던 것이 히잡을 쓴 여성분들도 함께 일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히잡을 쓰는 국가에서 여성들은 억압받기만 하는 존재일거라고 예상했었는데 (나의 좁은 식견에서 비롯된 편견 ㅠㅠ) 이 곳에서는 히잡을 쓴 여성분들이 당당하게 오토바이 운전을 하면서 뒤에 남성을 태우고ㅎㅎ 맡은 일들을 당당하게 해내고 계셨다. 그리고 히잡도 굉장히 다양하고 화려한 색으로, 가지각색의 브로치를 달아서 패션 아이템처럼 승화하는 느낌? 나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정전은 아주 작은 해프닝처럼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섬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더 알게 된 느낌? '고립'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였다. 나는 내륙에서만 살아서 이런 건 생각도 못 해봤는데.... 외부에서 나의 무사귀환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 친구들에게는 위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마 웬만한 일은 다 재미있다고 넘기는 물개가 내 옆에 있어서 그랬던 걸까? 나 원래 걱정 진짜 많은 사람인데 ㅎㅎㅎ 별이 더 잘 보여서 좋다는 태평한 소리가 내 입에서 나온 순간, 여행을 통해서 내 '간'이 조금 커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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