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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기/르당-말레이시아(2017.08)

배를 타고 라구나 리조트로! - 르당에서의 행복

by 알피네(al_fine) 2018. 1. 4.

르당 아일랜드 리조트 풀보드로 묵었었기 때문에 2번의 스노쿨링(1번은 마린파크 해변에서, 1번은 배를 타고 4군데 장소를 돌면서 해변에서 꽤 멀리 떨어진 망망대해에서 스노쿨링) 과 제티를 타고 다른 리조트가 있는 해변으로 놀러가는 액티비티가 포함되어 있었다. 

스노쿨링은 너무너무 좋았지만 의외로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원숭이 사건과(지난글에 썼었다) 밤에 배를 탔었던 일이다. 여행에서의 해프닝이랄까. 리조트 풀보드로 묵는 다는 것이 짜여진 대로 있는 거니까 편안하고 좀 지루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어떤 여행보다도 버라이어티했다. 나에겐 너무나도 생소하고 두렵기까지 한 일이, 원래 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일이구나 라고 느꼈을 때 조금씩 충격을 받았달까?

 제티를 타고 리조트가 있는 해변으로 놀러갔는데 오후 5시쯤인가? 리조트 본부 앞에서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간 다음 제티를 탔다. 스노쿨링하면서 타봤기에 이미 익숙해진 제티. 날씨도 굉장히 좋았다. 우리는 라구나 리조트가 있는 해변으로 간다는 것에 굉장히 들떠 있었다. 

나 : 우리 르당 들어올 때 제일 먼저 라구나 리조트 해변에 들렀었잖아. 되게 웅장하고 해변 넓고 사람들 벌써 스노쿨링 떼로 하고 있고! 빨리 가까이서 보고 싶다.

물개 : 그러게. 얼마나 더 좋은지 한 번 느껴보자!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 우리는 행복하게 사진을 찍으면서 라구나 리조트로 갔다. 꽤 거리가 멀었다. (르당 섬에는 아직 도로가 없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배가 필수다! 르당 아일랜즈 리조트 근처에 비행기 활주로가 있는 것을 보면 비행기로 들어올 수도 있는 것 같다.)

드디어 도착한 라구나 리조트 선착장. 지난번에 들어올 때의 선착장은 아니고 뒤쪽인 느낌이었다. 오후 10시까지 다시 이 곳으로 모이기로 하고 각자 일행끼리 뿔뿔이 흩어졌다. 숙소들이 마치 마을처럼 모여있어서 리조트가 아니라 어떤 마을에 놀러온 느낌이었다. 우리의 숙소와 비교 스캔 시작 ㅎㅎ

나 : 보니까, 숙소는 비슷한듯. 그냥 오두막(?)이 훨씬 많아. 

물개 : 그러네. 수영장이 더 좋긴한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수영은 못하고 물놀이만 하겠다. 이런 건 우리 숙소가 훨씬 낫네. 우리는 완전 전세낼 수 있잖아.

나 : 그러네. 우리 숙소 잘 정한듯. 라구나는 놀러오면 되잖아ㅎㅎㅎ (이 때는 정신승리 중ㅋㅋㅋㅋ 다음엔 라구나에 묵어볼 거다....ㅋㅋㅋㅋ) 

물개 : 해변쪽으로 빨리 가자.

세상에. 도착한 해변은... 파라다이스였다. 스노쿨링하러 갔던 마린파크에서 봤던 해변도 굉장히 맑고 좋았는데 이 곳 해변은 정말 넓~~었다. 물이... 해변 근처에선 그냥 맑은 생수, 조금 더 가면 파스텔 톤의 하늘색에서 그라데이션 처럼 사파이어 색으로 변해가는데... 눈이 호강하는 느낌. 그래, 난 이런 해변을 항상 꿈꿔 왔었어 ㅠㅠ 

방콕은 여러번 갔지만 태국에서 바다는 가 본 적 없다는 물개도 이런 해변은 처음 봤다고 했다. 

물개 : 이야... 좋다.

나 : 여기가 천국인가 봐. 죽기 전에 여기 못와봤다고 생각하면 억울해 죽겠다..

신이 나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파노라마로 찍고, 셀카로 찍고, 동영상으로 찍고, 모션 뷰로 찍고....해변 근처에는 식당이 많았는데 외부인들도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꽤 있었다. 우리는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서 신이 났다. 음식 값은... 비싸지만... 한국 웬만한 식당에서 먹는 값이었기에 우리는 기꺼이 그 값을 치를 마음이 있었다. 

 나: 비싸긴 하지만! 자리가 정말 완벽하다... 호텔 꼭대기에서 먹어도 이것보다 경치가 좋을 순 없을 거야.

 물개 : 맞아. 

밥을 기다리면서 미리 나온 콜라를 홀짝이고 있는데 물개가 말했다. 

"행복하다."

나도 너무 행복했다. 무덤덤한 물개가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라니. 물개가 행복하다고 하니 나도 더 행복해졌다. 지금도 물개가 턱을 괴고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해는 이미 졌지만 선베드에 누워서 밤하늘을 보기도 하고, 공연도 잠깐 보고 (라구나 리조트는 워낙 커서 공연도 여러군데에서 했다. 다른 다채로운 공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팝을 부르는 공연이 한쪽에서 조용히 이루어졌고, 다른 한 쪽에서는 우리나라로 치면 트로트 같은 느낌의 신나는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기념품 파는 가게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기념 마그넷 사고...... 

이제는 돌아갈 때가 되었다. 약속한 시간에 선착장으로 갔는데 정말 칠흑같이 어두웠다. 사람들이 다 모이지 않아서 20분 정도는 더 기다렸던 것 같다. 

나: 이렇게 어두운데 잘 갈 수 있을까? 그리고 저 쪽에 설마... 번개치는데?!

물개 : 에이, 이런건 다 계기판 보고 가지. 설마 눈으로 보면서 가겠어! 번개는 좀... 걱정되긴 한다...

"자 이제 다들 모이세요~"

어? 그런데, 부두에 바로 배가 있는 게 아니라, 정박되어 있는 배들을 징검다리처럼 넘어가면서 우리 배로 가야하는 상황... 나는 겁이 많다... 다행히, 키가 190cm가 넘어보이시는 중국인 아저씨께서 도와주셨다. (원숭이 공격받았을 때 우리 앞에 가셨던 그 분 맞다 ㅎㅎ - 덧붙이자면 르당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풀보드로 묵었던 분들은 액티비티를 같이 하고 좁은 식당에서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게 되었기 때문에 자주 보고 지금도 얼굴들이 기억이 난다. 용기를 내서 말을 못 걸어본 게 한... 친해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ㅠㅠ 특히 중국분들 착하셨음ㅠㅠ)

배를 탔는데... 음... 낮에 날씨가 맑고 바다가 잔잔할 때는 못 느꼈는데, 그러고보니... 배 뒤에 난간이 없잖아?! 파도가 험했다. 바다는 칠흑같이 어둡고 배가 운행을 시작하자 파도가 출렁거리고 바닷물이 엄청나게 튀어서 옷이 급속도로 젖어갔다. 바람은 또 어찌나 센지... 지금 잡고 있는 난간을 놓치면 뒤로 굴러떨어져서 바닷속으로 빠져버릴 것 같았다... 계속해서 출렁거리고 배가 흔들리는 상황. 정말 공포스러웠다. 다들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옆에 앉아있던 190 중국 아저씨를 붙잡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호탕한 중국 아저씨의 딸들이 있었는데 내 모습을 보고 다들 깔깔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대륙의 기상이란... 정말 부럽다. 

우리가 계속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니까 선원 분이 우리를 안심시키려고 하셨다. 그런데, 그 방식이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웃으면서 난간도 잡지않고 팔짱을 낀 채로 배 뒷편에 서는 게 아닌가. 아저씨 ㅠㅠ 제발 난간이라도 붙잡아요. 제발 ㅠㅠ \

나 : 우리 잘 도착할 수 있겠지? 이렇게 깜깜한데 길은 잘 찾아갈 수 있을까?

물개 : 설마, 계기판으로 보면서 가겠지

나 : 아까 봤는데... 고개를 숙이고 운전하는 게 아니라, 앞을 내다보면서 하더라구...ㄷㄷㄷ

물개 : 레알? 

공포 ㅠㅠ 어느 때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아까 올 때는 경치 구경하면서 신이 나서 왔었는데 지금은 울고 있었다. 다행히 선착장에 무사히 도착했고 (선원 분들이 느끼기엔 '당연히'겠지 ㅎㅎ)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뻗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모공이 쫄깃해지지만 정말 강렬한 추억이다. 낮에 봤던 그 환상적인 바다가 밤이 되면 무한한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껴볼 경험을 내가 앞으로 살면서 몇 번을 더 해보겠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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