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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 과정 팁/여행을 준비하면서의 기록

유럽여행을 꿈꾸며 책 읽기 - 스웨덴 라이프

by 알피네(al_fine) 2018. 1. 3.

유럽을 가본 적이 없는 나에게 스웨덴은 정말 먼 나라였다. 단지 표지가 예뻐서 읽게 된 이 책에서 스웨덴 여행을 영업당한 기분이 든다. 관광지들을 열거하고 보기만 해도 바쁜 여행루트를 짜놓은 여행서적이 아니라 스웨덴의 문화와 생각이 같은 한국인 여대생의 시각에서 여행의 흥분이 아닌 생활 속의 충격과 감동, 성찰로 가득차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하면 북유럽. 북유럽하면 복지. 유럽연합은 유로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스웨덴은 유로를 쓰지 않는다. 크로나 라는 고유의 화폐를 고집하는데 그 이유가 유로를 사용하면 스웨덴 정부가 독자적으로 재정을 운용하기가 어려워져서 스웨덴의 복지정책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을 읽고 놀랐다. 좋은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걸 느꼈다. 모두가 성장, 경제를 외치며 개방이니 연합을 외칠 때 스웨덴은 자율성과 복지를 떠올렸구나.

 

  또 놀라웠던 점은 성문화다. 북유럽은 고풍스럽고 점잖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웨덴의 성문화는 프랑스의 성문화보다도 훨씬 더 자유롭다. 교환학생 환영 파티가 열릴 때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일제히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율동을 반복하고 지상파 방송에서는 오후 3시에 올누드가 방영되며 스웨덴 공주도 당당하게 동거를 한 뒤 결혼할 정도로 동거문화도 자유로운 스웨덴! 정말 놀랍다.

 

스웨덴은 유럽 내에서도 LGBT 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진보적이라고 알려져있다. 국제동성애협회는 2010년 스웨덴을 유럽 내에서 동성애에 가장 관대한 국가로 꼽았다. 2013년 스파르타쿠스 국제 동성애 가이드 역시 조사 대상국 128개 나라 중 스웨덴을 동서앵게 가장 우호적인 국가로 지목했다. 스웨덴은 1944년 동성애를 합법화한 후 현재까지 비이성애자들에 대한 인권 및 권리를 꾸준히 증진시켜왔다. 1972년에는 법적인 성을 바꿀 수 있도록 했고 1976년에는 동성애자도 군 복무를 할 수 있게 했고 1979년에는 동성애를 질병 목록에서 제외했으며 2003년에는 동성애자 및 트랜스젠더에게 아이 입양을 허가했다. 더불어 2009년에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현재 80여개국에서 동성애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실정인데 스웨덴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 표현조차 불법이다.

게다가 스웨덴의 이웃나라인 덴마크에서는 동물 성매매가 가능하다. 내가 생각하는 정상 혹은 상식이라는 것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깨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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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타인을 가장 신뢰하는 국가는 덴마크였다. 무려 89퍼센트의 사람들이 타인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2위는 노르웨이, 3위는 핀란드, 4위는 스웨덴. 우리나라는 46퍼센트로 OECD 평균인 59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국민소득이 높으면서도 소득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되는 나라들에서 신뢰 수치가 더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타인을 신뢰하기 때문에 경제가 더 발전하는 것일까, 아니면 국민 모두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때에만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경제적 불평등이 타인을 불신하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타인을 믿지 않기에 서로 협력하여 경제발전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신뢰 수치가 국민소득, 소득불평등과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는 불명확하다.

내가 경험한 스웨덴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성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였다. 사실 상호 신뢰가 없었다면 복지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리 없었다. 복지 정책이 주는 혜택만 받으려 하고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복지정책을 유지하겠는가. 노르셰핑에 살 때 종종 지역 시차를 타고 린셰핑을 방문했다. 여러 번 기차를 탔지만 단 한 번도 티켓 검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열차카드를 기계에 넣었다.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도 당연하게 티켓을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스웨덴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유지하는 사회라고 확신했다.

 

  경쟁과 발전이 아니라 상호신뢰가 바로 스웨덴 발전의 원동력인 것 같다 우리나라가 꼭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국은 사실 살기에 그리 나쁘지 않다. 고쳐야 할 것은 당연히 많겠지만 경제적으로도 세계 200여개 국 중에서 20위권 안에 들고 민주주의도 이만하면 발전했고 보통교육도 잘 자리잡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믿음이 형성될만한 사회 복지와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작년에 읽은 노오력의 배신내용이 떠올랐다. 호주에서 워킹을 하며 존중받았던 원체험을 통해 노사분쟁에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았던 청년의 사례 말이다. 스웨덴의 행복과 발전된 문화를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신뢰의 가치에 대해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닮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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